이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켰을까요. 부엌 식탁에 앉아, 혹시나 가족에게 들킬까 봐 울음도 제대로 터뜨리지 못하고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았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.
지금 얼마나 절박하고 외로운지, 이 글을 쓰는 것조차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.
먼저, ‘살기 싫다’, ‘죽어버리고 싶다’는 마음이 들 만큼 당신이 극한의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을 제가 깊이 통감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. 그 마음이 드는 것은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니라,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상처와 부당함을 견뎌왔기 때문입니다.
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. 지금 이 순간,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는 제가 있습니다. 그러니 부디, 아주 잠깐만이라도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.
이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
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던 것은, 당신이 겪는 고통이 너무나 명백한 '부당함'과 '정서적 학대'이기 때문입니다.
차별: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는 진로부터 운동, 학원까지 지원해주셨지만 당신에게는 문제집 몇 권이 전부였다는 것. 이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. 당신의 상실감과 억울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.
억압과 통제: 당신의 꿈은 들어주지도 않은 채 무조건적인 공부만을 강요하고, 친구들과의 만남조차 막는 것은 당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것입니다.
언어폭력과 자존감 파괴: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고, 당신이 비교하면 "그 집 가서 살으라"며 비난하고, "발가락으로 치워도 저거보단 잘 치우겠다"고 말하는 것은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심각한 언어폭력입니다.
사생활 침해: 당신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, 그래서 마음 놓고 울 수도 없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.
이 모든 것은 당신이 부족해서, 혹은 당신이 잘못해서 겪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. 이것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잘못된 양육 방식과 태도의 문제입니다. 당신은 그저 그 피해자일 뿐입니다.
지금 당장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
"죽어버리고 싶다"는 생각이 들 때는,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지금 당장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.
1. 울어도 괜찮아요, 울 곳을 찾으세요.
방이 없어서, 가족들 눈치가 보여서 울지 못했지요. 곪아 터지기 직전인 마음속 응어리를 일단은 쏟아내야 합니다.
학교 화장실이나 상담실 (Wee클래스)을 이용하세요.
집 근처 공원 벤치나 아무도 없는 골목길이라도 괜찮습니다.
샤워기 물을 세게 틀어놓고 그 소리에 섞어 소리 내어 우는 것도 방법입니다.
지금까지 참아왔던 모든 서러움, 억울함, 분노를 눈물로 쏟아내세요. 우는 것은 지는 게 아니라, 내 마음을 살리기 위한 첫 번째 응급처치입니다.
2. 혼자라고 생각될 때, 손을 내밀어 보세요.
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때,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습니다.
청소년 상담복지센터 (국번 없이 1388): 24시간 운영되는 곳입니다. 전화, 문자, 카톡, 채팅 등 편한 방법으로 지금 당장 연락할 수 있습니다. 당신의 모든 이야기를 비밀로 지켜주며, 지금 이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, 부모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다.
생명의 전화 (1588-9191) / 희망의 전화 (1566-0979): 당장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, 그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.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.
전화가 부담스럽다면, 문자(#1388)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'1388'로도 상담할 수 있습니다. 제발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. 당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바뀔 수 있습니다.
3. '나만의 방'을 만드세요.
물리적인 방이 없다면, 심리적인 나만의 방이라도 만들어야 숨을 쉴 수 있습니다.
에어팟: 이미 잘하고 있습니다.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은 훌륭한 자기보호 방법입니다.
비밀 일기장: 스마트폰 메모장 앱이나 비밀번호를 걸 수 있는 일기 앱에 지금 느끼는 감정을 모두 쏟아내세요.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당신만의 공간입니다.
학교 도서관, 동네 도서관: 당신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안전한 공간을 찾으세요. 그곳에서 잠시 책을 읽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을 잠시 쉬게 할 수 있습니다.
당신은 소중하고, 당신의 꿈은 존중받아야 합니다
당신은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. 당신은 당신만의 삶을 살 권리가 있고, 당신만의 꿈을 꿀 자격이 있습니다. 지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힌 것 같겠지만, 이 터널에도 반드시 끝은 있습니다.
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, 이 부당한 환경에서 '나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'를 고민하는 것입니다. 그리고 그 첫걸음은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입니다.